대폿집기행2011. 9. 15. 18:03

















막걸리 엘레지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최고 막걸리는 군대 이등병시절 대민지원으로 나간 파주의 한 농가에서 먹은 막걸리였다. 시원하고 걸죽한 그 질감이 어쩌면 그리도 질펀하게 목구멍을 타고 흐르던지. 안주로 먹은 겉절이는 절묘하게 막걸리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엘레지(elegy)란 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비가(悲歌). 애가(哀歌). 만가(輓歌)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나오는데 요즘 나의 심정이 바로 "엘레지"다. 그 때 먹었던 막걸리를 능가하는 맛을 지금은 찾을 수 없으니 덕분에 그 막걸리를 다시 먹을 수 없는 슬픔에 대한 애도와 비탄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한 호흡에 실린듯 하다. 










 














물의 고장, 막걸리의 고장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예천은 태백산과 소백산의 남쪽에 위치한 복된 지역 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는 예천이 '배산임수'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인데, 북동쪽으로는 소백준령이 감싸고 남서쪽으로는 낙동강과 내성천이 흐른다. 덕분에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유교문화의 흔적들과 수많은 문화유산, 청정자원이 산재한 고장이다. 그 청정자원 中 깨끗하고 맑은 예천의 물과 포구문화가 만들어낸 예천 고유의 막걸리문화와 사랑은 실로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콜라보레이션(협업)의 클라이막스. 

음, 쉬운말로 궁합이 좋다는 이야기다.












 












내성천 회룡포

예천하면 흔히 가장 먼저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다. 나 역시도 그렇고. 내성천이 휘몰아치는 회룡포(回龍捕)는 한반도 최고의 '물돌이' 마을로 통한다. 인근의 "영주 무섬마을" "안동 하회마을" 역시 물돌이 마을에 속하지만, 왜 내성천 회룡포를 최고로 칠까? 그 이유는 낙동강 상류의 지류인 내성천이 350도로 마을을 휘돌아 흐르기 때문이다. 회룡포엔 일명 "뽕뿅다리"라고 불리는 명물다리가 있는데 구멍이 숭숭 뚫린 공사용 철판을 이어붙인 이 다리는 장마철이 되어 물이라도 불어나면 제 모습을 찾기가 힘들다. 허나 이 다리가 생기기 전 마을로 가기위해서는 나룻배를 타고 회룡포로 들어갔다고 하는데 회룡포 나룻터에서 막걸리 한 잔하던 문화와 추억을 예천의 사람들은 지금도 간직하고 있을까?









 















회룡포 모래사장

사람들의 발자국. 하지만 잘 찾아보면 고라니나 멧돼지같은 야생동물의 흔적도 찾을 수 있는 곳. 언젠가 한번 이 회룡포 모래사장에서 야영을 하겠다고 덤빈적이 있었다. 마침 장마기간이였던지라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 회룡포의 모래사장은 웬만한 해수욕장 모래사장보다 훨씬 더 넓고 크다.














 










사막에 서 있다

가만히 서 있어 보니 느낌이 사실적이지 못하다. 동경하던 사하라는 가보지 못했지만 꼭 사막에 서 있는 기분. 몇 년전 고비사막을 가본 적이 있었으나 실제 느낌은 그렇지 못했다. 사막에 대한 환상은 현재나 현실처럼 쓰라리고 퍽퍽했다.























용궁마을

초원이발관? 8월의 크리스마스란 영화에서는 초원사진관이 등장하는데 초원이발관도 그에 못지 않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초로의 신사 두분과 포스 넘치던 이발사 할아버지. 꽤 예전 내 여행수첩에 적어놓았던 낯 선 여행지에서 해야 할 일 BEST 50 에 적어놓은 "시골 이발소에서 머리깍기(단, 머리는 꼭 요시노가리로..)" 라는 글 귀가 생각난다.
























용궁양조장

용궁마을 유일의 양조장. 삼강주막이 조선시대 정취라면 용궁마을은 1960년대로 되돌아간 득한 느낌. 문득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서 들었던 "Welcome to the 60's" 라는 OST가 생각난다. 용궁양조장 건물은 2층으로 된 벽돌집인데 온통 담쟁이로 뒤덮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용궁마을 사랑방

용궁양조장 단골 어르신. 양조장 한켠에 마련된 판매실은 마을의 어르신들이 주로 한 잔하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막걸리 1병에 1,000원. 안주는 생막걸리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왕소금(천일염). 역시 어르신들의 막걸리 간지란.

시대는 변해도 어르신들의 맛은 변하지 않는 건가?

























등불을 밝히리라

"옛말에 꺼진 등불도 다시보자!"라는 속담이 있다. 아..아니던가... 암튼 무엇이든지 녹슬고 오래되면 생명력이 다하기 마련인데 꼭 그 때 즈음 악을 쓰며 발버둥 칠 때가 있겠지. 무튼 오래된다는 건 못 쓰는 것이 아니라 안 쓰는 것 일뿐. 지금의 막걸리가 꼭 그런 모양새. 소주, 맥주, 양주, 와인등의 공세 속에서 우리 전통주들도 빨리 등불을 밝혀줬으면 하는 심정으로 기다리나 보다.






















부활

TV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방영이 되었다. 그 뒤로 용궁양조장은 화려하게 비상하며 부활했다. 그것은 모 락그룹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주인아주머니가 말하길 방송 후 판매량은 물론 지역의 명소로 재탄생되어 휴일이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고 했다. 분명 잘된 일이다.





















실내의 온도는 생각보다 낮았다. 역시 내부와 외부의 온도차가 생각보다 높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와인처럼 막걸리도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우스개소리로 동태매운탕은 어느 선술집에서 보글보글 끓고 남편의 외박에 어느집에선 아내의 심술이 부글부글 끓고 양조장에선 막걸리 끓는 소리로 가득. 잘익은 소리말이다. 
























주인아주머니께서 막걸리를 권한다. 시음해보니 무엇보다 신선하고 그 맛이 순해 부담없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 생각이 든다.
























양조장을 나오면서 아쉬운 마음에 오늘 만든 생막걸리 세 병 구입.























용궁장에 가면

4와 9가 들어가는 날은 면사무소 부근에 '용궁장'이 선다. 지금은 한산하지만 과거 문경과 예천 사람과 물자가 몰리던 전통있는 5일장. 특히 용궁마을에서는 막창순대와 순대국밥이 유명하다. 막창순대를 처음 만든 건 단골식당 김대순씨. 지금은 세상을 뜨고 없다. 용궁 생막걸리와 곁들이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장소지만 역시 단골식당으로 몰려드는 외지손님으로 오랜시간 엉덩이를 대고 있기에는 눈치를 보기 마련.
























막걸리 간지

왕소금에 대포 한 잔, 이 곳 어르신들에게서 풍겨나오는 막걸리 간지. 아직은 내공이 부족해 무작정 따라하기엔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랭이 찢어지는 격이다. 하지만 용궁마을엔 왕소금이 아니더라도 그 특유의 맛을 업그레이드 시켜 줄 특별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오징어불고기". 특히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오징어불고기의 간간하고 특유의 매콤한 맛이 막걸리의 질감을 살려 나의 입맛을 더욱 더 재촉하는 형상이다.  






 







 









변치말기를 바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꽤 이기적일수 있다. 하지만 변치말기를 바라는 마음은 변함없다.
 





~♩그대여 변치마오 오 그대여 변치마오 불타는 이마음을 믿어주세요 말못하는 이 마음을 알아주세요 그 누가 이세상을 다준다 해도 당신이 없으면 나는 나는 못살아~♬



- 남진, 그대여 변치마오 가사 中에서











 

상호: 용궁양조장

전화: 054)653-6037

위치: 경북 예천군 용궁면 읍부리 166-8

기타: 용궁면 어디에서도 용궁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 구입가능











 












 

 

Posted by 악의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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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박2일에서 봤던곳 같아요!!!!!!
    막걸리라...제주 막걸리도 맛있어요!! 으하하

    2011.09.15 20: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오징어불고기 마카 제대로 쥑이네요..
    아흡..
    저런 안주에 막걸리라면 저도 마셔질듯...

    2011.09.15 21: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오징어불고기 불맛이 장난아니던데요...ㅎㅎㅎ

      좍 좍 달라붙죠...

      2011.09.22 22:40 신고 [ ADDR : EDIT/ DEL ]
  4.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악의축님 글 보니 더 가보고 싶네요 ^^

    2011.09.15 22: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용궁마을 말인가요? 아님 예천..

      역그님처럼 가족단위로 가시면 용궁마을 보다는

      예천읍으로 가는게 더 좋으실것같아요.

      거기 청포로 유명하거든요..^^

      2011.09.22 22:45 신고 [ ADDR : EDIT/ DEL ]
  5. 알 수 없는 사용자

    시골맛나는 곳이네요 막걸리도 그렇고...

    2011.09.16 00:34 [ ADDR : EDIT/ DEL : REPLY ]
    • 알 수 없는 사용자

      용궁 막걸리는 제가 마셔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龍宮 全가이거든요 예천의 용궁이라는데 아직 한번도 가보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봄에 사진동호인들고 주산지에 갈때 그 옆을 지나가긴 했지만, 언제 시간내서 한번 가보려구 합니다. 어른들께 인사도 드리고..

      2011.09.21 23:30 [ ADDR : EDIT/ DEL ]
    • 나중에 왕소금에 한잔 자시고 평을 부탁드려보아요..^^

      2011.09.22 22:46 신고 [ ADDR : EDIT/ DEL ]
  6. 예천은 가봤는데 용궁막걸리는 못마셔 봤네요 꿀꺽!

    2011.09.16 04: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제 고향이 예천이거든요 ~^^ 에천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는데 아직 용궁 한번 못가봤네요.
    회룡포 한번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면서도, 선선해지면 꼭 다녀와야겠어요.
    그나저나 막걸리 안주가 왕소금이라니...어렸을 땐 저희 아빤 김치만 놓고 드셨는데...ㅎ

    2011.09.16 09: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예천이 고향이셨군요..^^

      정읍의 송명섭막걸리라고 있는데 김치랑 그렇게 궁합이 좋다죠..^^

      2011.09.23 00:56 신고 [ ADDR : EDIT/ DEL ]
  8. 이젠 술을 마시지 않지만...
    왠지 막걸리 한잔해야할것 같은 분위기의 사진...
    멋지게 감상하고 가네요...

    2011.09.16 13: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신록둥이

    막걸리 안주에 왕수금이라....정말 어르신들 막걸리 간지 지대로네요~
    전에는 자주 지나다니던 예천인데...요즘은 갈일이 많지 않지만
    언제 지나는 길 있으면 저 용궁막걸리에 왕소금? 아님 오징어 불고기? ....한잔 쭉 들이키고 싶네요~

    2011.09.16 14:43 [ ADDR : EDIT/ DEL : REPLY ]
    • 막걸리 간지에 농약모자 간지까지 함께하면..

      말이 필요없습니다.

      2011.09.23 00:58 신고 [ ADDR : EDIT/ DEL ]
  10. 알 수 없는 사용자

    막걸리 한잔 땡기는 포스팅은 축님이 최고입니다.^^
    명절에 고향가서보니 근방에 있는 양조장은 가격을 동결시키는 대신 막걸리 병을 줄였더군요.
    그것도 모르고 10병만 사뒀다가 또 사러가는 사태가...
    신선하고 순한 막걸리 맛도 궁금하고,
    물돌아 나가는 회룡포도 보고 싶고...술 뽐뿌, 여행 뽐뿌 잔뜩입니다.ㅋ

    2011.09.16 15:08 [ ADDR : EDIT/ DEL : REPLY ]
    • 과찬입니다. 보기다님...^^

      여수에 괜찮은 대폿집이나 사연많은 양조장 있으면 소개나 시켜주시지요..ㅋㅋ


      보기다님은 메밀꽃 구경하고 오셨으면서..

      2011.09.23 01:02 신고 [ ADDR : EDIT/ DEL ]
  11. 날이 후덥지근 하다 보니...
    시원한 막걸리 한잔 생각나네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1.09.16 16: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방송 후 잘 된다니 잘 된 일이네요.
    시골 풍경 잘 봤어요.

    2011.09.18 00: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예천 안동지역이 남다른 매력이 있는 지역 같습니다..^^

    2011.09.18 07: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용궁 막걸리는 저도 들어본 이름이에요.
    막걸리 병을 앞에 놓고 앉으신 할아버지들의 사진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2011.09.18 16: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역시 루비님도 알고 계시는군요...

      용궁양조장 큰손이라 시간대만 맞다면 저 할아버님 쉽게 볼수 있으시답니다..

      2011.09.23 01:05 신고 [ ADDR : EDIT/ DEL ]
  15. 참 아름답네요..
    고즈넉한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네요..
    막걸리한잔 하고싶어지는 날이네요~ ^^

    2011.09.19 11:36 [ ADDR : EDIT/ DEL : REPLY ]
  16. 그맛이 그리우시다면 다시 군대로....라는 농담을 했다가는 전국의 군필남성에게 돌맞을듯하네요.
    회룡포라면 하룻밤 자고 오는 그 예능에서 나왔던 곳인가보네요.

    방송을 타서 발걸음이 늘어나서 생긴 진통의 시간을 잘 거치고 나면 건강한 우리 막걸리문화가 쑴뿡 재탄생하겠죠. ㅎ
    쩝. 어제 안동소주 먹었으니 오늘은 막걸리나 한잔 해야되려나봐요..

    2011.09.20 13: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지역막걸리도 잘 보존해야 되겠습니다. ^^

    2011.09.20 23: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겟아바웃에 올리신 글 보다가 흘러흘러 왔습니다.
    막걸리 간지뿐 아니라 사발 간지, 오징어볶음 간지, 순대국밥 간지 온통 간지나는 사진들이네요.
    악의축님 따라 막걸리로드를 떠나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2011.09.21 10: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앗 안녕하세요. 농약모자 간지도 잊으시면 안되요..^^
      반가워요 그린데이님...이렇게 찾아와주시고..

      함께해요~

      2011.09.23 01:11 신고 [ ADDR : EDIT/ DEL ]
  19. 막걸리 간지...
    외갓집에 가면 아직도 소금에 소주를 드시는 할아버지께서 계시던데
    몸에는 안좋겠지만 그 간지란..주신의 모습이랄까..^^

    2011.09.24 10: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주신 오랜만에 듣는 용어군요..

      태왕사신기가 왜 생각이 날까요? ㅎㅎㅎ

      2011.10.05 14:45 신고 [ ADDR : EDIT/ DEL ]
  20. 알 수 없는 사용자

    아우...그 무엇보다 마지막 즈음의 사진이 가장 눈에 들어오는군요.
    막걸리에 국밥 미친듯이 땡기네요..!!!
    부산은 산성마을이 유명한데.. 근처에 무쇠솥에 우려주는 국밥집이 있다더라구요..
    곧 가봐야 할까봐요...

    2011.09.24 16:06 [ ADDR : EDIT/ DEL : REPLY ]
    • 산성마을이라면...

      누룩을 만들어 발로 밟아 막걸리 만드는 그 곳이죠.

      1호 토속주가 있는곳...

      염소불고기랑 먹으면 그만이라고 하던데..

      파전도 맛있는 곳.....저도 땡겨요..

      2011.10.05 14:48 신고 [ ADDR : EDIT/ DEL ]
  21. 용궁은 우리 시조의 고향이랍니다. 제가 龍용宮궁 全전씨이거든요 ㅎㅎㅎ

    2011.11.28 18:26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