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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폿집기행

막걸리로드NO10. 예천 [삼강주막]

















Hoy hace mucho calor

무덥다. 덥기도 덥고 무엇보다 찝찝하고 불편한 공기의 흐름이 사람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래서 요즘 난 짜증을 잘낸다. 하여튼 성격이 빌어먹게 생겼다니까. 어디론가 떠나야하는데 말이지. 요즘 시간은 많은데 딱히 어디론가 떠나기엔 부족한 시간들이다. 그래서 더 간절하곤 했다. 팥빙수가 먹고 싶은데 또 팥빙수를 보니 희여멀건게 막걸리 생각이 난다. 뭐 막걸리를 그리 많이 먹진 않지만 대폿잔에 한두잔 걸치면 그 맛이 걸죽하니 좋다. 뭐든지 과하면 넘치니까.























삼강나루

바람 한 점 없다. 그만큼 날씨가 뜨겁다. 태양을 피해 어디론가 기어들어 가야 하는데 말이지. 이 곳 삼강나루는 세 개의 강이 만난다고 해서 삼강이라는 지명이 붙은 곳이다. 보부상이나 장꾼들 그리고 과거 안동 이남의 경상도 선비들이 문경새제를 거쳐 한양으로 가려면 어김없이 건너야 했던 곳. 옛 시절의 삼강나루터에는 늘 뱃사공들과 짐꾼, 견마잡이 등으로 북적거렸고 그들을 상대로 한 주막집과 색주가 또한 한둘이 아니였다고 한다.

























마지막 주막이 기록으로 남았다

과거 삼강주막의 모습. 삼강주막은 삼강나루를 왕래하는 사람들과 보부상, 사공들에게 요기를 해주거나 숙식처를 제공하던 건물로 1900년 무렵 지어졌다. 하지만 나룻배가 없어지고 뱃사공도 떠나고 뱃길도 끓긴 삼강나루엔 찾는 사람은 없고 떠나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였다. 지금은 1,300리 낙동강 중에서 유일하게 남은 삼강주막이 이 시대의 마지막 주막으로 기록된다.











 













물론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땐 주막을 전설처럼 지키고 있던 유용녀 할머니가 있었기 때문인데 혼자 마루에 앉아 어렵게 찾아오는 이들을 맞았다. 당시 손님이래야 바로 옆 삼강마을 노인들뿐이였고, 가끔 답사 나온 학생들이 전부라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이 유독 반가웠던 까닭이 있었겠지.























마지막 주모 유옥련 할머니

소설가 이외수를 닮은 할머니. 풍기는 포스가 평범하진 않다. 할머닌 2006년 세상을 떠났다. 70여년전 할머니는 이곳으로 시집왔는데 결혼생활 10년만에 과부가 되어 홀로 주막을 시작했다. 사실 전성기의 삼강나루터에는 주막이 많았다. 하지만 1934년 갑술년 대홍수 때 물이 넘쳐 주막이 다 떠내려가고 이 삼강주막만 홀로 남았다. 10여 평의 흙벽집.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허름한 주막. 그 주막을 지키던 주모 유옥련 할머니까지.

























2011 삼강나루

여름엔 삼강주막 막걸리 축제가 열리고 매주 토,일요일 마다 전통상설공연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기대에 가득 찬 어떤이들은 실망하며 돌아갔고 풍류를 아는 어르신들은 그저 즐기며 머물렸다. 이런 반응들이 시대의 산물이자 반증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어쩌면 이 모든게 "막걸리"의 숙명일지도. 막걸리는 화려한 술이 아니다. 예로부터 함께 어울리는 술이였다. 분명 젊은이들은 이해 못 할 무언가가 있고 나 역시 아직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걸리는 최고의 술이다. 그리고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술을 즐겨 마시진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분위기에 취하곤 하지.
























2011 삼강주막

90세의 일기로 유옥련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삼강주막은 건축사적 희소가치와 옛 시대상을 보여주는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인정 받아, 2005년 12월 26일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 134호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2007년 예천군에서 옛 모습으로 복원을 시작 지금의 삼강주막의 모습을 갖추었다.  












 












삼강주막은 아직 그자리에 있다. 그리고 삼강나루의 풍경들은 또 다른 이야기와 시간을 만들어 내겠지. 뭐랄까? 유행이 돌고 도는 것처럼 풍경들도 돌고 도는 느낌. 결국은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 과거과 미래의 교차점.

























막걸리 한 잔

주모가 없는 지금 삼강주막의 모든 건 셀프다. 목좋은 곳에 자리잡는 건 물론이고 주문도 서빙도 상치우는 것도 셀프인 곳. 하지만 더 없이 마음이 편하고 넉넉해지는 곳이다. 옆테이블의 다른 일행이 먹으라며 주전자 통채로 건넨 막걸리엔 적어도 도시에선 볼 수 없는 정이 있었다. 























주모 한상

과거 삼강주막에서 팔던 안주 그대로. 두부와 도토리묵 그리고 배추전. 특별한 건 없지만 그저 시간을 느껴보는 것이다. 과거길에 오르던 선비가 쉬어가며 마신 고뇌의 술을 보부상이 한양으로 가면서 마셨던 희망의 술을 그저 느껴보는 것이다. 그러면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내가 마신건 술이 아니라 시간이였다는 사실을.























흔적

1박 2일이란 프로그램의 위력. 삼강주막이 TV에 노출되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사람들이 삼강주막에 대한 삼강나루터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그 배경을 알고 가면 좋으면만 그저 1박 2일의 배경에 치우치는 것이 아쉽다. 물론 삼강주막엔 볼거리가 크게 없다. 젊은이들의 시선을 끄는 흥미거리도 없다. 그저 그런 곳에 불과하지만 그 역사적 배경을 피부로 느끼고 함께 호흡하면 눈으로 볼 수 없던 것들이 보인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그 시선의 차이가.





















회화나무

수령 500년된 회화나무. 삼강주막을 감싸고 있는 나무인데 삼강나루터의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 특히 회화나무 주변에서 작은 장터가 열리는데 소금, 쌀, 잡곡 등의 물물교환이 회화나무 아래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삼강주막을 나서면서

복원 당시 주막 주변에 보부상숙소, 사공숙소, 공동화장실 등을 함께 짓고 추가로 2동이 더 지어졌다.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옛모습을 찾아가는 괴리감은 더욱 커질 터. 아쉬운 마음 반 반가운 마음 반이다. 나 코흘리개 시절 반갑게 맞이하던 유옥련 할머니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더욱 더 그렇겠지. 할머니가 내어준 수박이 그리워지는 여름이다. 




 


 

 상호: 삼강주막

전화: 054-655-3132

위치: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 219

메뉴: 두부, 도토리묵, 배추전, 손칼국수, 막걸리, 주모한상(두부,도토리묵,배추전,막걸리)









 









  • 용작가 2011.07.22 15:00 신고

    캬~!! 좋네요^^
    특히 담배물고계신 할아버지!! 멋집니다

  • 로지나 Rosinha 2011.07.22 16:19 신고

    배추전이 참 맛있는건데 말이죠! 소박하고도 짭짤한 맛이 정말 막걸리 땡기지요~
    게다가 도토리묵까지! ㅎㅎ 주모 할머니가 이제 안계시다는게 마음 아프지만,
    그래도 삼강주막은 굳건히 자리를 계속 지켜주길 ..

    그나저나 1박 2일이 저기도 갔었어요? 몰랐네 .. 역기능 순기능 다 있는거 같아요 방송타는거 .. ㅎㅎ

  • SAS 2011.07.22 17:33 신고

    아, 이곳이 TV에 나왔나보군요. 이런 곳이 소개되면 조금 시끌벅적해지고 저는 조금 서글퍼집니다.

    예전 회사 사장이 예천출신이라 이곳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죠. 할머니가 안계신 지금은 그냥 추억의 장소로...

    • 악의축 2011.07.27 10:49 신고

      그렇죠 추억의 장소.
      나중에 가족이 생기면 한번 정도 더 가보겠지만.
      그냥 가슴에 묻어두렵니다.

      지나가다가 할머니 생각나면 한번 더 가보구요..ㅎ

  • 오드리햇반 2011.07.22 18:36 신고

    역시나.. 이름만 듣고서는 1박2일에 나왔던 곳이 아니었나... 했는데 역시나.. 1박2일 방송이후에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군요...
    운치도 있고 참 좋은데요...ㅎㅎ

  • 태허 2011.07.22 19:42

    흐흐..드뎌 축씨 아우가 제 고향도 다녀 가셨군..ㅋㅋ
    내가 고교시절만 해도 딸랑 텐트 하나 짊어지고 삼강나루에 가면
    반갑게 맞이 해 주시던 주모가 있었는데 그게 이젠 전설이 되었음인가요??
    내가 그만큼 나이가 먹었다는 서글픔과..
    그시절의 아련한 추억으로 잠시 머물다 갑니다..^^

    • 악의축 2011.07.27 10:52 신고

      이미 여러번 다녀왔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명한건 삼강나루는 이제 이야기로 회자된다는 사실.
      삼강마을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면 옛날옛적 이야기처럼 들러준다는 사실...이 추가되네요..

  • 소천*KA 2011.07.23 00:38 신고

    할머니가 앉아계시는 허물어질 듯한 주막사진 한장이 역사를 보여주는 듯 해요.
    그러고보니 저 어릴 적만해도 저런 허물어질듯한 옛집들이 군데군데 꽤 많이 남아있었어요.

    • 악의축 2011.07.27 10:53 신고

      지금도 저런 옛집들이 많답니다.

      일상적으로 못보고 지나치는 것들이 그만큼 많은 까닭이겠지요. 너무 바쁘고 빠르게 지나가는 사회라..좀더 느리게 살다보면 그동안 지나치고 지나갔던 일상들이 하나둘씩 보이죠..^^ 전 그게 너무 좋습니다.

  • Qeem 2011.07.23 01:09 신고

    두 시간이나 운동하신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왔습니다....ㅋㅋ 사실 오늘 유레카님(아시죠? 사진블로그로 유명하신...)과 간단한 치맥을 하고자 했으나 제가 갑자기 컨설팅 상담이 들어오는 바람에 못하게 되었어요 ㅎㅎ 조만간에 다시 보기로 했는데 블로그 지인분들 조촐하게 모여서 간단하게 치맥한잔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방금했습니다.ㅋ 치맥이 아니면 막거리라도...^^ 언제 시간괜찮으실때 기별 한 번 넣어주세요~

    • 악의축 2011.07.27 10:54 신고

      역시 SAS님의 블로그에서... 아! 전 너무나 좋아요..
      작년인가요? 보자고 보자고 하면서 시간이 안 맞긴 했죠?
      날이 선선해지면 가볍게 보고 즐거운 이야기나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기다리겠습니다..^^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7.24 21:39

    주막이라.. 정말 옛날 냄새 물씬 나는 말인것 같네요..
    사진으로 보는 주막의 모습도 그렇구요.
    주막을 한번도 가본적도 실제로 본적도 없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참 친숙한 곳 같아요..
    그 또 한 세월에 잊혀진 것들 중 하나 겠지만요..
    길떠나 가는 길에 한번 쉬어가고 싶어지는 곳이네요..
    (..주막하니깐 왠지 신용문객잔이라는 홍콩영화가 문득...)

    • 악의축 2011.07.27 11:00 신고

      신용문객잔 저도 좋아했습니다.

      학창시절에 나름 무협소설 꽤 읽었었는데요..ㅎㅎ

      나름 깨비책방 베스트회원이였는데..

  • 바닐라로맨스 2011.07.25 05:21 신고

    앗! 저 이곳 얼마전에 다녀왔어요!+_+
    참 신기했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더라고요~

  • mark 2011.07.25 12:30

    아득한 옛날 이야기 전설 따라 삼천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유 옥련 할머니는 하늘나라에서 편한하게 계시겠죠?

  • 전돈학 동해여행 2011.07.25 22:03

    악의축님께 정말 소중한 추억이 살아있는곳이네요.....그리고보면...tv 에 노춡되는것두 어떤때에는....이런곳은 그냥 놓아두었으면 하는 마음인데....여행을 하게 된다면....축님께서 이야기하신 것처럼....지난 추억또한 고스란히 밟아봐야겠습니다...

    • 악의축 2011.07.27 11:07 신고

      복기하는 마음으로다가 말입니다..^^
      한번씩 가서 조용히 회화나무 아래서 쉬다오는게 고작이지만..사람들로 북적이는게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고민 해봐야겠습니다..

  • 삼강리 주민 2011.08.03 10:47

    하악 우연이 검색하다가 들어와 보았네요
    저희 고향집이라 ㅜㅜ;
    저두 어릴적 막걸리 심부름하던게 생각이나네요
    통칭 마을서 주모 할머니는 백가 할매로 불리셧는데 ㅎㅎㅎ

    • 악의축 2011.08.04 14:13 신고

      전 막걸리 심부름 세대는 아니지만.
      "막걸리" 라는 술의 의미가 좋아요. 막걸리에 담긴 우리나라 정서도 좋구요. 발전하는 삼강은 좋지만 좀 더 다른 특색있는 방향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네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 한스~ 2011.08.04 23:35 신고

    주모....한번도 불러본적 없는 이름이네요.
    이모가 익숙해진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