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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유목민

아날로그여행/ 오래된 여인숙 그리고 추억























여인숙을 기억하다 

대학교 2학년. 공연동아리에서 활동하던 그 때. 1년에 두 번씩 하는 정기공연이 끝나고 선후배, 동기들과 함께 가지는 뒷풀이 시간이 난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의례적으로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지는 뒷풀이의 마지막 장소는 항상 오래된 여인숙이였는데 졸업한 선배들이 수고했다며 쥐어준 격려금은 다 써버리고 털래털래 오갈데 없이 마지막으로 거치는 장소. 주전부리 몇 개를 펼쳐놓고 놀았던 좁디 좁고 오래된 여인숙에서의 시간이 왜 그리도 좋았을까? 예전 김기덕 감독의 영화 "파란대문"에서 보았던 그 여인숙의 환상이 가끔 불안한 시선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당시 우리에게 여인숙은 퇴폐적인 의미보다 함께 어울릴 수 있던 흔치않은 장소 중에 하나였다. 




























대중여인숙

과거 왜정시대의 적산가옥의 형태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집이다. 대중여인숙과 더불어 자주 찾는 곳이 경남 함양의 제일여인숙. 읍내시장 골목길에 위치한 제일여인숙은 가난한 여행자 시절 꽤 많은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는 곳. 해남의 유선관을 떠올릴 정도로 정갈한 한옥이 인상적이다. 대중여인숙은 예전 바다가 보고싶어 혼자 훌쩍 바다를 찾아 떠났던 그 해, 아무생각없이 추위를 떨쳐내기 위해 들어간 곳. 정말 허름하고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공간이지만 이불을 동여매고 방안에 누워 추적추적 내리던 겨울비를 보던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강렬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여인숙을 찾는 까닭

한번씩 나는 편한 숙소를 제쳐주고 굳이 불편함을 찾아가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때가 있는데 다행이도 이럴때는 항상 일행이 있을 때가 아니라 혼자 움직일 때가 대부분이다. 일행에게 피해를 주기 싫은 이유도 있었고 생각이 많을 때 홀로 여인숙을 찾아 한량처럼 그저 유유자적 골방에 숨죽일 공간을 찾기 위해. 물론 공동화장실을 써야하고 수세식이면 아이구 고맙소! 푸세식이면 뭐 그래도 이게 어디야! 하며 그 상황에 감사해야 했고 주인아줌마가 여름에 수돗가에서 해주던 등목과 직접 담아 만든 집된장과 오래된 호박을 함께 넣고 끓어주던 된장찌개. 그것을 어찌 잃어버리겠는가? 기억을 잃어버리기란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것 만큼 쉽지않다.

























여인숙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 기쁨, 절망, 슬픔 /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 기대하지 않았던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여라 / 설령 그들이 슬픔의 관중이어서 /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 그렇다해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라 /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위해 /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 그들은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 그리고 그들은 안으로 초대하라 /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겨라 / 왜냐하면 모든 손님은 /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 잘랄루딘 루미 -  



























오래된 여인숙과 오래된 추억

오래된 여인숙은 대중여인숙 주변으로 오래된 추억들이 펼쳐져 있다. 그 기억들을 고스란히 따라가보면 어린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중·고등학생 시절, 반 아이들이 샤프를 쓸때 혼자 연필을 고수했다. 연필깍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커터칼로 연필을 깍던 시간. 그렇게 몽땅연필들이 늘어날수록 연필에 대한 애착은 더 늘어갔다. 나에게 오래된 것들에 대한 기억은 이 연필과 같다. 물론 이것을 버리면 편리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버릴 수 없는 그 무언가.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한 청년이 가지는 아날로그에 대한 생각이다.











 














오래된 먹거리

대중여인숙 주변에 국수집들이 많다. 그리고 난 국수를 정말 좋아한다. 국수는 면의 조리과정에서 누른국수와 건진국수 형태로 나누어 지는데 이 둘 모두 제각기 그 나름의 맛과 멋이 있다. 메뉴가 단 하나뿐인 할매국수. 4인용 테이블이 달랑 3개, 들어가니 이른시간에도 불구하고 꽉 찬 테이블에서 모두 국수를 맛있게 빨아댕긴다. 덕분에 발 길을 돌릴 수밖에..  





















찐빵집

50년이 넘은 전통을 가진 찐빵집. 말 그대로 주종목은 찐빵이다. 찐빵의 맛은 더할나위없고. 단팥죽에 찐빵을 찍어먹으면 환상이고. 국수가 먹고싶어 국수를 따로 더 시켰을 뿐이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면과 국물을 함께 들이키니 그저 담백하고 진하다. 대중여인숙을 들릴때면 항상 찾는 장소. 추억과 함께여서 더 좋다.


























찐빵의 달인

찐빵집 주인아줌마.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이 일품. 찐빵집에서 찐빵은 가장 인기있는 녀석. 금새 동이 난다. 맛을 보면 금새 동이 날만도 하다. 팥을 불려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만드는 개수는 한정되어 있고 찾는 사람들은 많고. 뭐..그렇고 그런 애기.




















아날로그ing

여전히 진행형. 잠에 떨어진 주인 몰래 홀로 빛나던 대중여인숙의 간판. 여인숙 구석구석을 감싸돌던 여린 곰팡내와 수돗가의 물비린내. 이 곳을 찾을때면 항상 먹는 추억의 맛. 그 모든 걸 버릴 수 없다. 그 추억이 마치 늘어난 몽땅연필처럼.

























  • 용작가 2011.07.11 13:56 신고

    아날로그 여행! 즐감하고 갑니다^^
    밥먹고나니 눈꺼풀이 무거워지네요...ㅎㅎㅎ
    행복한 월요일 되세요~

  • 루비™ 2011.07.11 14:45 신고

    맨첫번째 사진 대중여인숙은 구룡포 골목에서 찍은거네요.
    저도 꼭 같은 앵글로 찍어 왔거든요.
    남다른 축님의 시선과 제 시선에서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는게 은근히 기분좋아요.

    • 악의축 2011.07.15 14:02 신고

      네 맞습니다. 예전에 몇번 머물렀던 여인숙입니다..^^

      나중에 시간되실때 함양의 제일여인숙에도 하번 들려보세요. 루비님 마음에 드실지..^^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7.11 15:47

    와~~!좋은 추억 있으시네요...
    요즘 저도 브로그를 시작 하다보니 전에는 그냥 글만 읽고 갔는데 요즘은 절실 하네요 *^^*
    이렇게 정성 스럽게 작성 하신 글들을 보면 정말 존경이라는 말이 나오네요
    많은 글 쓰셨는데 자주 놀러 올께요..
    그럼 수고 하세요~!

  • IBK.Bank.Official 2011.07.11 16:53 신고

    외향이 어떠하든, 담긴 추억이 느껴져 가보고싶은 장소가 됐습니다.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7.11 18:23

    여인숙.. 이전에 통영에 갔을때 간판 하나 본 기억이 나네요. 위치가 어디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어릴때 놀던 골목길에도 있었거든요. 아마 그곳에 기억을 더듬으면서 갔다가 본게 아닌가 싶네요.
    꼬맹일때는 왜 퇴폐적인 이미지가 있었는지 .. 이후 모텔의 이미지 형성이랑 이유가 같을런지 모르겠네요.
    국수, 진빵, 단팥죽..참..예........ 땡기네요...ㅋ

    • 악의축 2011.07.15 14:14 신고

      통영, 그러고보니 숙소가 꽤 한정되어있다는 생각을 받았었어요. 도남쪽 리조트들은 가격대비 시설이 별로였고. 강구쪽엔 동피랑 앞 큰 모델이 그나마 시설이 괜찮았죠. 여인숙 이제는 저도 추억의 장소가 되어버렸어요.

  • 기억할만한 지나침 2011.07.11 18:32

    닮은 것들은 언제나 끌리는 법.

    축님이 거닐기를 즐기는 오래된 이불냄새 나는 여인숙과
    내뱉은 호흡이 금방이라도 대문에 닿을것 같은 골목길은
    어느부분 축님과 닮아 있어서 겠지요.
    축님의 아날로그 감성에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나도 어느부분 닮아 있을 것이구요.

    비가 참 많이 내립니다. 그 골목들에도 비는 빠짐없이 흘러내리고 있겠지요.
    빗길조심.^^

    • 악의축 2011.07.15 14:18 신고

      님의 스쿠터도 여행기도 저 역시 시선이 머문답니다.

      전 비오는 날이 좋아요.

      그리고 그 골목에는 제가 서 있겠지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7.11 18:40

    오래된 추억의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할정도의 여인숙과 찐빵집이네요
    사진에서 90년대 초반의 거리를 다녀오신것 같은 느낌이 나네요
    비가 끈임없이 오는데 남은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7.12 01:28

    오늘도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함께 아날로그로 빠져들어봅니다.
    악의축님 발자국만 따라 다녀도 마음편안한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바닐라로맨스 2011.07.12 13:16 신고

    여인숙이라...
    여관까지는 기억이 있지만...
    여인숙의 기억은 없네요..

    여인숙 어떤느낌인가요?
    TV에서 본것처럼 이불에 위에 물주전자가 놓여 있나요?ㅎ

  • 로지나 Rosinha 2011.07.12 13:55 신고

    축님 저랑 나이 차이 몇살 안나시면서 이런 글 보면 한 30살 차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 .. (ㅋㅋㅋ)
    휴 너무 좋은 글인데 근무중에 짬내서 읽기엔 아깝네요. 나중에 다시 읽어야지 ..
    비도 오고 날씨도 쌀쌀한데 따끈따끈한 찐빵이 먹고 싶네요 ..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7.12 14:40

    찐빵집 아주머니....
    칼이.. 무서운데요.. ^^;;

  • 빛이드는창 2011.07.12 14:47

    왠지 과거로 돌아간듯한 느낌이듭니다^^ 즐거운하루되세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7.13 13:19

    여인숙이라...아주아주 시골에 한번씩 여행을 가게되면 그때나 보게되는건데
    이렇게 사진으로 만나니 새롭네요.
    왠지 그런 풍경들이 그리워진다고나 할까요..

  • mark 2011.07.14 00:12

    우리나라 시골.. 1970년대의 대표적인 풍경이네요. 그때야 잠자는데가 여관과 여인숙밖에 없었지만...
    그당시 여관이나 여인숙과 요즘의 모텔은 개념이 많이 다르죠.
    예전 여인숙은 나그네 하룻밤 자고 가는 곳 (물론 예외도 있었지만) 요즘 모텔은 퇴폐의 상징?

  • SAS 2011.07.14 09:41 신고

    다행히 오늘 집에 찐빵이 있어서 아침부터 하나 집어물고 있습니다.
    저 국수보다 더 맛있는 국수는 여지껏 엄니가 만들어주신 것 외엔 없었던 것 같네요. ^^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7.15 16:42

    오늘 또 놀러 왔는데요.. 볼때마다 사진들이 익숙하게 느껴지고 서민적이어서
    좋네요~!

  • ^^ 2016.06.27 12:28

    저런 여인숙으로 훌쩍 떠나고 싶어서요
    혹시 위치 좀 알 수 있을까요?
    꼭 좀 부탁드립니다.
    머리 비우고 슬슬 쉴 일이 있어서 저런 감성 좀 느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