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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유목민

아날로그여행/ 모든 사연들은 버스정류장으로 몰린다










불편했지만 행복했었던 기억

7살때였던가? 그 당시 자동차가 없었던 부모님은 남원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갈때마다 서부정류장의 직행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그 버스라는 공간특성상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지않기 위해 어른들은 휴게소까지 용변을 참거나 아님 안나오는 소변을 승차전 미리 화장실에서 쥐어 짜야했고, 칭얼대는 꼬마아이와 함께 타는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과자를 하나 쥐어주고는 행여나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칠까 항상 주변의 눈치를 봐야했다. 멀미를 대비한 검정 비닐봉지는 그 당시 직행버스의 필수품이 되었고 그 후 검정 비닐봉지는 어느새 멀미약과 귀미테가 대신하고 있었다. 해마다 명절이면 어김없이 직행버스에선 자리전쟁이 치열했고 부모님은 대구에서 남원까지 2시간을 서서 가는 불편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도 휴게소에서 먹던 어묵 하나로 해결 되었으니...그 맛은 단연 최고였다. 물론 11살이 되던 해, 아버지께서 생애 첫차인 "르망" 을 뽑으면서 그 기억들은 어느새 흐릿하게 뒷전이 되었지만.

그리고 그 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항상 입버릇처럼 하던 말... "왜 그때 먹었던 어묵 맛이 지금은 안 날까?"
























버스정류장

다양한 사연들이 모이는 장소이다. 그리고 내가 유독 좋아하는 장소이다. 이 곳에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흔적

아직까지 아주 오래 전 버스정류장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세월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대구까지 가는 완행은 앞으로 1시간이나 넘게 기다려야 한다. 매표소는 굳게 입을 닫고 있다. 아마도 버스가 오기 전 30분은 있어야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찬찬히 버스정류장을 둘러보기로 한다.


























오래된 기억들

나는 초등..아니 국민학교. 음 그러니까 초등학교와 국민학교를 모두 경험한 세대이다. 그 당시 나는 중고등학교 형들과 누나들 틈 사이에서 등하교를 버스로 했었다. 그 때가 11살, 내 기억으로 그때 버스요금이 150~200원 정도. 시간이 흘러서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는 등교는 버스로 하교는 지하철을 이용했다. 등교때 내가 버스정류장에 가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바로 "그녀" 를 보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지나간 오래된 기억들이다.























대기실

아무도 없다. 완행버스는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하고 매표소는 30분은 있어야 문을 연다. 무엇보다 사람들로 북적일것만 같았던 대기실의 쓸쓸함이 보인다. 이 정적이 나쁘진 않지만 이야기로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한 활기찬 버스정류장이 난 더 좋다. 마치 시골 오일장같은 그런...느낌...  

























주위를 둘러보니 대기실에 거울이 있네. 거울을 쳐다보며 행색을 비춘다.
그러자 마침 뒷편에 있던 동행자 K군이 카메라로 나를 찍어댄다.















 












예비 플랫폼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듯 했다. 하긴, 하루에 20~30여대가 서는 작은 버스정류장에 이 예비란 존재는 아마 십수년전 꽤 많은 사람들이 왕래할 때 이야기인 듯.


























기다림의 묘미

1번 플랫폼이다. 나는 여기서 1시간 뒤 대구로 가는 완행버스를 탄다. 개인적으로 버스정류장의 묘미는 이 기다림에 있는 것 같다. 나는 버스를 기다리고 누군가 오기를 고대하는 이는 버스정류장으로 나와 또 기다리고...

어릴 적, 아버지의 월급 날이 되면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서 기다리곤 했다. 기다리는 이유는 단 하나! 월급 날 아버지의 씀씀이가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채득했기 때문이다. 월급 날이 되면 아버지는 버스정류장에 내려 가족이 함께 먹을 양념통닭을 한마리 산다. 그 소소한 일들이 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잊혀지지 않고 점점 커지는 걸까? 정말 이상하다.

























매표소가 열렸다

얼마예요? 하니 무덤덤한 목소리로 "6200원" 그런다. 자칫 무성의하게 들릴수 있는 목소리지만, 나는 안다. 그게 아니란 걸.

























슬슬 모인다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 다가오자 슬슬 버스정류장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모두 7명. 칠곡 큰 딸네 간다는 할머니 한분과 사과박스에 구멍을 내어 멍뭉이 한마리를 넣고는 손자 줄려고 가져간다는 할아버지 한분 그리고 17대 1로 싸워도 멀쩡할 것 같은 포스의 고등학교 언니 3명과 동행자 K군 그리고 나.  
























버스정류장은 뭔가 모를 아련함과 기대감이 있다. 그것이 실망이든 희망이든. 그 느낌은 아날로그 감성 그것과 무관하지 않다. 
마침 어느 날 우연히 들었던 이적의 "정류장" 그 노래가 그 감성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버스는 또 다른이의 사연을 싣고 출발한다. 그리곤 또 다른이의 사연을 가지고 버스정류장에 모여들겠지.



















  • 로지나 Rosinha 2011.03.30 15:54 신고

    저런 정류장이 아직도 남아있군요. 저런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기억은 없지만 ..
    괜히 그리움에 가슴이 따땃해지네요. ^_^
    서울에선 늘 지하철만 타고 다니지만 (버스노선을 잘 몰라서) 대구가면 항상 시내버스를 타요.
    저에게 버스는 어쩐지 10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입니다 ㅎㅎ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다 함께 버스타고 우방랜드 갔다가 집에 오는 버스를 잘못타서 파계사까지 갔던 기억이..

  • 느릿느릿느릿 2011.03.30 16:59 신고

    낡은 버스 정류장 풍경.
    예전엔 참 많이 보던 풍경인데 차를 가지고 다닌 이후로는 거의 볼 일이 없어졌네요.
    그때 먹었던 어묵 맛 지금은 안날까, 공감이 갑니다.^^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3.30 17:17

    아직도 이런곳이 진짜 있군요 . 버스로 여행할일이 없어지니까 저런곳을 잘 볼일이 없네요~ ^^ 사진을 정말 잘찍으시네요~ ^^

    • 악의축 2011.03.31 18:05 신고

      잘 찍다니요..천만의 말씀입니다...^^ 기차여행도 좋아하는데 저 역시 버스로 여행할일이 별로 없어서 일부러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3.30 17:32

    참 감성을 자극하는 정류장이군요..
    어릴적 부모님 손에 이끌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때의 그설레임은 아직도 잊을수 없네요.
    어묵...카...정말 그맛은...

    • 악의축 2011.03.31 18:08 신고

      휴게소가면 데워먹는 동그란 어묵이 있었어요.

      궁물하고 같이 든 그거 포크로 찍어 먹던데 엊그제같은데.. 버스 흔들리면 궁물먹다 입천장 데이던...ㅎㅎ

  • 빛이 드는 창 2011.03.30 17:54

    사진들을 보니 괜실히 씨~~익 하고 미소가 지어지네요.^^
    어느새 추억을 우려 먹는 나이가 됐나 싶습니다.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3.31 14:25

    통영은...시외버스터미널이 하나 밖에 없는데 이전 되고 새로 지어져서 옛 느낌을 찾을수가 없네요.
    이전에 있던 곳은 멀티플렉스가 들어섰고 금새 잊혀진듯 해요.
    아주 어릴땐 버스 안내양 누나가 있었는데.. 제가 살던 곳이 시골이라 아마 다른 도시들 보다 좀 더 이후까지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버스 뒤쪽에서 안내양 누나가 동전으로 창문을 톡톡 치면 기사 아저씨가 그 신호를 받고 출발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친구들도 그런 기억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저에겐 참 재밌고 특이한 기억이네요.. : )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3.31 16:27

    대구 근교에도 이런 곳이 남아있군요.
    대구까지 가는 차표를 파는 거 보니 대구는 아닌 듯 해서 사진을 찬찬히 훑어보니 답리(탑리?)인 듯...
    예전 여수시외버스터미널이 이런 느낌이었는데,
    그때는 차타고 어디로 간다는 두려움과 설레임이 참 컸는데,
    어느새 저도 혼자 여행을 다니고 정류장도 신식으로 바뀌었네요.
    추억을 따라 한걸음한걸음 내딛은 느낌입니다. 가슴이 따뜻하네요~^^

    • 악의축 2011.03.31 18:15 신고

      탑리맞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마을이죠.
      근데 계속 고민중입니다. 탑리라는 마을을 소개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거든요..^^

  • 비바리 2011.03.31 16:36 신고

    도대체..이런 정류장이 현재 있단 말인죠?
    어딘 지 참 궁금합니다
    저도 버스정류장 추억이 스멀스멀 떠오르네요.

  • Laches 2011.03.31 16:58 신고

    전 가까운 친척집은 죄다 대구에 있는바람에 시외버스를 탄 기억이 별로 없네요.
    (그러고보니 어릴적에 자가용을 사기전에는 큰집에 어떻게 갔었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그나마 자라서 어딜 멀리 갈때쯤이면 소나탄다는 차도 집에 있었고, 아니면 기차를 타곤했거든요.
    비록 저의 추억은 없지만 여기 추억에 묻어있는 추억의 향기를 느끼고 가네요.

    • 악의축 2011.03.31 18:28 신고

      그 소나탄다는차.....

      남하당 박영진씨의 말인가요?
      기차도 좋죠.

      기차하니 궁민학교때 부산에서 대구까지 기차로 등하교했던 일주일이 떠오르는군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