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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폿집기행

막걸리로드NO4. 의성 [무명집]















좋으면 그만이지

한번은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아니 총각. 나이도 어린데 와 이래 추잡고 누추한 곳만 골라 댕기능교?"
그렇다. 추잡고 누추하지만 난 이런 대폿집들이 좋다. 남에게는 헛짓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영남이 형이 말했다. 딴짓이라는게 별 것 아니라고. 재미있으면 딴짓이라고. 무엇보다 다른 그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사람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대폿집에서 말이다. 근데 그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생각보다 좋다.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

마을에 세워져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5층석탑. 낮은 1단의 기단 위에 5층의 탑신을 세운 모습으로 돌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아올린 전탑양식과 목조건축의 수법을 동시에 보여주는 특이한 구조. 마을에선 이미 상징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마을이름도 탑리, 탑리사람들에겐 오층석탑이 위대한 유산(국보 제77호)인 동시에 어릴적 뛰어놀던 놀이터. 커서는 자부심을 느낄만큼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이름이 없다

간판이 없다. 심지어 상호도 없다. 탑리사람들은 그냥 편하게 막걸리집이라고 부른단다. 나는 그냥 무명집이라고 한다. 이런 대폿집은 그냥 이 정도 수준에서 유지되는게 좋다. 사람들이 몰려들면 힘들다. 혹시 모른다. 언제 사람들이 몰려들지. 이 글을 쓰는 내내 고민이 켰다.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하고 말이다.



























옆집은 서울세탁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70년대풍의 외관을 아직도 간직한 서울세탁소. 바로 옆집이 무명집이다. 단골손님으로 세울세탁소 사장님이 대표적인데 꼭 막걸리 한병만 자시고 간다. 주인장에겐 꼬깃꼬깃한 천원짜리 두장을 건네고는 대폿집의 문을 나서는데 어느 한 날은 사과를 한개 들고와 나눠주는가 하면 어느 한 날은 고등어 한손 사가지고 연탄불에 탑리사람들이 모여 함께 구워먹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정이 흐르고 대폿집엔 온기가 넘친다.




























손주가 할머니 찾아오는 마음으로

막걸리집이지만 소주도 판다. 하지만 딴 건 없다. 안주도 불성실하다. 집반찬 한두어개가 고작인데 아예 없을 때도 있다. 유일한 안주거리라면 달걀후라이가 전부이지만 무얼 마시러 가는것도 무얼 먹으러 가는것도 아니다. 그냥 오면 할머니댁처럼 편안하다. 생판 처음보는 남이라도 날 반겨주는 곳이다.
























선상님으로 불린다

나무테이블은 두개. 반질반질 윤이나는 나무의자 여러개. 탑리사람들의 사랑방. 무명집 이야기이다. 찾아오는 이의 99%가 탑리사람들이다. 그 외 나머지 1%가 이 곳 주인장이 말하는 손님이다. 그렇다. 난 아직 손님이다. 정확히는 선상님. 여든을 바라보는 주인장은 나에게 항상 선상님이라 부른다. 























무명집 주인장

찾아오는 이의 말벗이 되어주는 대폿집의 안주인이다. 탑리에 시집온지 55년 이곳에 산지도 55년 정말 반세기가 넘었다. 























차가운 콩나물국과 달걀후라이 그리고 소금, 탑리사람들에겐 별 특별할 것 없는 이것이 늘 최고의 안주거리이다.
























춘산 막걸리

무명집은 춘산 양조장에서 만든 춘산 막걸리를 쓴다. 의성탁주를 제쳐두고 의외였다. 헌데 맛이 꽤 묘하다. 밍숭생숭하기도 하고 곰곰이 씹어보니 쌀의 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정확한 명칭은 춘산 햅쌀 생막걸리, 아! 햅쌀을 넣어서 쌀의 질감이 요래 부드러우면서 단백했구나. 그리고 또 하나 막걸리를 만들때 흔히 쓰는 합성감미료 아스파탐 대신 올리고당을 넣어 만들었다. 그래서 다른 막걸리와는 꽤 묘하게 맛이 달랐다. 부담스러운 맛은 아닌데 그 밍숭생숭함이 살짝 어색하기도 하다.  



























탑리사람들

무명집에서 만난 김용팔 어르신. 탑리대감으로 불린다. 왜 탑리대감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날보고 "동생"이라 불렀다. 그러곤 휴대폰을 꺼내 익숙하게 버튼을 누른다. 동생 준다고 탑리에서 제일 맛있는 다방커피를 시킨다. 다방아가씨가 아니라 꽤 나이든 다방아줌마다. 질퍽한 어르신들의 농담에도 여유있는 대처가 인상적이다. 커피 5잔/3500원. 김용팔 어르신은 외상을 외친다. 헌데 그 돈을 또 무명집의 주인장이 내어준다. 왜일까? 생각이 시작되기도 전 또 한 어르신이 들어와 말없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곧 바지가 젖었다. 어르신이 술에 취해 그만 실례를 한 것이다. 서울세탁소 사장님은 나에게 사과를 하나 깍아주시며 "하나 잡수셔" 그런다. 평범하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일들이다.   






















주인장이 먹으라고 건내 준 사과즙. 인근 사과로 유명한 대평마을에서 만들어 온것이다. 봄날처럼 맛이 상큼했다. 가방에서 마침 가지고 있던 클로렐라를 꺼내 어르신들에게 나누어 드렸다. 몸에 좋다고 하니 다들 잘 드신다. 잘 드시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꺼내길 잘했다.























4시 15분

시간이 잘간다. 벌써 4시가 넘었다. 창문너머로 햇살이 이만치 들어온다. 점점 떠날시간이 다가오고 있기도 하다.  























씩씩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주인장이 배웅을 나선다. 나오지 마라고 손사래를 쳐도 기꺼이 나오신다. 괜시리 미안하다. 얼마예요? 하고 물으니 3500원. 아까 먹었던 커피 5잔 값이다. 조금은 알것 같다. 탑리사람들의 사랑방. 이 곳의 이유를...












상호: 없음 (주민들은 막걸리집이라고 부름)

전화: 없음

위치: 탑리 서울세탁소 옆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탑리 5층석탑 방향으로 약 100m, 서울세탁소 옆)

메뉴: 막걸리 및 기타주류 (안주는 주인장 마음이거나 달걀후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