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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폿집기행

막걸리로드NO1. 여수 [말집]















막걸리블루스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오래된 것들에 대한 아련함에 시름시름 앓아오고 있었던 터였다. 아무튼 그때쯤이었나보다..
막걸리에 대한 일방통행적인 관심이 계기가 되어 아무런 이유도 없는 대폿집기행으로 발전된 것이 그 이유라면 이유이니까.
비록 고무신을 신고 막걸리심부름을 다니던 그 오래된 세대는 아니지만 꽤 오래된 것들에 대한 하나의 예의랄까?
막걸리는 과거의 추억을 마시는 술이자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술이다. 말 그대로 그냥 술이 아니고 마술이다.

막걸리블루스, 충분히 그 가치는 있다. 












   













나는 그래서 말집에 간다.

여수, 꽤 자주오던 곳이다. 오동도는 이미 횟수를 알 수 없을만큼이고, 돌산의 금오산과 향일암은 큰 불이 나기 전까지 해마다 한 번은 꼭 순례지처럼 들릴 정도였으니... 하지만 정작 이 모든 것들을 제쳐두고 꽤 오래전부터 말집에 가고 싶었다.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준 여수 대폿집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오로지 단 하나의 이유를 가지고 말집에 간다.

























공화동 터줏대감

여수역에서 걸어서 10분거리, 호텔이라고 하기엔 인색한 샹보르호텔 옆 골목 두 블럭을 지난 모퉁이에 코 밑에 난 종기마냥 삐친척, 뾰루둥 해 있다. 난 언제나 대폿집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대폿집은 술을 먹는 공간이 아닌 스토리텔링의 장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 여기는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곳이다. 말집, 외관상 보아도 그 이야기거리는 충분해 보인다. 더군다나 때마침 비까지 내리니 일석이조, 막걸리가 생각나는 하루다.

괜히 공화동 터줏대감이겠는가? 


























주인이 바뀌었다.

말집해장국에서 말집으로 간판이 바뀌었다. 불안한 느낌에 "장사안해요?" 라고 물어보니 사람이 없다.  주위를 살펴봤더니 첫째, 셋째주 일요일은 쉰다. 또 아낌없이 주던 돼지껍데기엔 2,000원의 가격표가 붙여져있다. 그래..주인이 바뀌었다. 말집의 세번째 주인장의 분위기가 시골에서 자주보던 구이집 마담의 포스가 풍긴다. 



























그래도 말집은 말집이다.

세월 탓인지 물가 탓인지 몰라도 예전의 그 말집은 아니다. 왁자지껄 소란스럽던 대폿집 말집은 온기를 잃은 모양새다. 분명 돈 몇천원이 올라 찾아오는 이가 줄지는 않았을 터, 어째 점점 더 쓸쓸하다. 기다리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조금 이른 5시에 왔으나 한테이블에 젊은남녀 5명뿐이다. 어색한 것도 잠시 연탄불이 잘 올라오는 따뜻한 곳에 이내 자리를 잡는다. 주인장은 익숙한 듯이 기본찬과 돼지껍데기를 내어온다. 무한정 아낌없이 주던 돼지껍데기에 2,000원의 돈을 받는 것도 세번째 주인장이 오고 부터이다. "물가가 너무 올랐어야, 감당이 안되니 어쩔수없이 받는거지.." 

"여기 막걸리 한 병 주세요." 하니 "알아서 내다 먹으슈" 한다. "저희 아무거나 좀 주세요." 하니 갯장어를 푸짐하게 내어오신다.

그래, 아직까지는 그래도 말집이다.












 











왜 말집인가?

좁은 실내엔 여전히 5~6개의 둥근 테이블이 자리를 지킨다. 사실 말집의 시작은 이곳이 아니였다. 이 곳 일대가 아주 오래전 말을 많이 키웠고 예전 말집의 자리도 말을 실제로 키운 자리라 말집이란 이름이 생겨났다. 그리고 지금의 자리인 이 곳도 이상하게 천장이 높다. 주인장은 이 집 역시 말을 키울 수 있게 그 시절 만든 집이라 그렇다고 한다. 어려운 시절 막걸리 값만 내고 와서 돼지껍데기에 막걸리 한 잔 하던 서민들의 대폿집, 바로 말집이다. 말집은 그렇게 유명해져갔다. 시간이 흘려 말집의 첫번째 주인장이 노환으로 돌아가시고 두번째 주인장이 간판만 떼어와 장사를 하다 나이가 드시고 지금의 세번째 주인장이 간판을 새로 달고 영업 중이다.

















 








껍데기는 뒤집지 말아라.

이 집 돼지껍데기는 평범하다. 허나 그 평범함에 비범함이 보인다. 일부러 이 곳까지 찾아올 객들을 위해 끓는물에 하루종일 돼지껍데기를 삶아 냉동시킨다. 언제나 장사준비의 1순위는 돼지껍데기를 삶을 물을 끓이는 일이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다. 돼지껍데기는 따로 시키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가져다준다. 연탄불위에서 지글거리는 껍데기를 뒤집으려는데 호통을 치신다. "아! 뒤집으면 연기 겁나부려.. 껍데기는 뒤집지 마소." 그냥 먹어도 괜찮다 한다.  

말집의 돼지껍데기는 먹는 방법이 따로 있는데, 잘구워진 껍데기를 잘 절여진 갯잎에 올리고 막장과 양파양념장을 곁들여 먹는다. 그 맛은 꽤 매력적이다. 





















안주는 다양하다.

굴, 전어, 병어, 꼬막, 메추리, 대합, 똥집, 두루치기, 막창, 쭈꾸미...참으로 다양하다. 옆테이블의 청년들은 똥집을 연탄불에 구어먹고 있었고 나중에 들어온 아저씨들은 메추리를 주문했다. 주인장에게 여긴 알아서 달라하니 갯장어를 수북하게 내어온다.

그것도 머리까지 달린 녀석들로...
























한 참을 먹고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주변을 살펴봐도 소리의 진원지를 찾을 수 없어 무신경하게 대화에 집중하고 있을 무렵 녀석이 정체를 드러냈다. 주인장이 키우는 녀석이란다. 대폿집에 닭이라...

























연탄냄새 그리고 사람냄새

인생의 맛과 멋이 있는 곳, 대폿집은 참 묘한 공간이다. 특히 말집의 연탄화덕에서 함께 나누는 이야기거리들은 생생하다.
2012년 엑스포로 인해 외형이 더 멋스럽게 변한 여수생막걸리를 곁들여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시간과 세월의 순리로 이 곳은 주인도 변하고 간판도 변하고 그 외 여러모로 변한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잊지 못하고 아직도 말집과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막걸리를 주욱 들이키다 벽면에 떡하니 붙여진 화가 사석원씨의 대폿집기행문이다. 얼마전 막걸리연가라는 막걸리책도 냈던데..

화가 사석원씨가 그렸다는 저 그림을 자세히 보니 분명 예전 두번째 주인장의 얼굴이다.










※ 추억 속의 말집 (2007년)
    사진 / 맛있는 인생 맛객





하드디스크가 날라가고 본의아니게 4~5년전 사진이 소실된 지금 예전 말집이 그리워
맛있는 인생, 맛객의 사진을 몇 장 보면서 지금은 잊혀진 추억을 생각해본다.



            
             ▶ 지금은 볼 수 없는 사라진 말집의 원래 간판








        
             ▶ 무한리필, 돼지껍데기
 








             
             ▶ 연탄향과 이야기소리에 항상 시끌벅적했던 곳
       






















살아 있다.

그래도 다행이다. 변했다고는 하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난 좋다. 여전히 이 곳은 말집이다.
막걸리 한잔에 숨쉬고 연탄화덕에서 구운 껍데기의 쫀득함은 아직도 여전하다. 난 술을 잘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폿집을 찾는다. 무언가 이유가 있다.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준 여수 대폿집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오로지 단 하나의 이유를 가지고 말집에 간다.

푸짐한 갯장어와 돼지껍데기 막걸리 두 통.... 16,000원이다.




나는 그래서 말집에 간다.









상호: 말집

전화: 061)663-1359

위치: 공화동 샹보르 호텔 옆 골목
        (여수역에서 여수경찰서 방향으로 걸어서 약 10여분)

메뉴: 막걸리 및 기타주류, 돼지껍데기(2천원) 외 주인장에게 문의(주인장 마음)